[설명환의 IT읽기] 공무원이 되고 싶은 나라의 기초 과학

2018-09-03, 최영무 기자

11세기에 밭을 깊게 갈 수 있는 농기구인 '쟁기'가 발명되면서 곡식의 수확량이 증가했다. 식량의 증가는 세계 인구가 늘어나는데 촉매제가 됐다.

13세기에는 금속 활자가 발명으로 인쇄술이 발전해 문명을 꽃피게 했다. 이후 증기기관, 항공기, 트랜스지터 등의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인류는 진보했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은 "기초과학 없이 경제적 진보는 있을 수 없다"라고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매년 수십만 명의 청춘들이 이공계에서 꿈을 펼치기 보다 공무원•공기업 시험에 매달리면서 실업자로 넘쳐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젊은 층이 멀쩡한 직장까지 나와 공시족 대열에 합류하는 국가는 뭔가 잘못됐다.

(사진설명: 한국의 청년 4명 중 1명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했다. 출처=뉴스1)

더 큰 문제는 한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청소년(13~24세)도 선호 직업 1·2위가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이라는 것이다. '201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25.0%)이고 공기업(18.2%)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2위였던 대기업은 3위로 밀렸다. 매년 기업 선호도는 떨어지고 있다.

다음 세대가 이공계 보다는 공무원을 택하는 현실을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 정부는 청년 실업난을 해소한다며 공공기관 일자리를 늘리고 있지만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공시 낭인을 쏟아내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초과학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쟁력 하락은 기초과학 관련 국제 대회 순위를 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나라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올해 7위로 추락했다. 2015년 3위, 2016년 2위, 지난해 1위로 상승하다 이번에 7위로 급하강함으로써. 여기에 국제화학올림피아드도 2015년 1위, 2016년 2위에서 지난해 6위로 떨어졌고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 역시 지난해 8위로 전년 대비 5단계나 떨어졌다. 지난해 국제생물올림피아드와 국제중등과학올림피아드는 각각 5위, 10위에 그쳤다. 국제물리올림피아드는 지난해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성적은 3위로 내려앉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초과학인 수학·물리·화학 등 이공계 학문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이다. 수학 등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성장 동력을 확충할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요타 자동차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제작소 등 자국의 289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R&D 능력 평가에서 신흥국 중 10년간 기술력 증진이 없을 유일한 나라로 꼽은 게 한국이다.

중국은 이미 슈퍼컴퓨터, 드론 등에서 세계 최고다. AI도 10년 내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반면 한국은 이미 범용기술을 중국에 거의 따라 잡혔고,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선 순위 조차 제외됐다. 당장에 반도체 산업의 부산물로 어느 기간 정도 먹거리는 유지되겠지만 결코 길게 갈 공산은 없어 보인다.

(사진설명: 한국의 세계경제포럼 발표 국가경쟁력 순위 추이. 출처=뉴시스)

한일전에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일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뜨겁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의 과학 분야 노벨상 스코어는 20:0이다.

일본의 과학기술이 뛰어난 것은 기초과학 연구 토대가 튼튼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의 공대 대학원 진학률은 30.5%에 그치지만 일본의 공대 대학원 진학률은 80.1%다. 서울대 공대 석·박사 통합과정의 평균 경쟁률은 전공별 거의 미달 수준이니 기술입국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 말고는 안정적 일자리가 없는 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작가이자 커뮤니케이터다.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공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세계 5위권 메모리카드 전문 제조기업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가정보기간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선임되어 과학, 산업, 사회 등 분야의 현상들을 분석하고 논평하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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