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환의 IT읽기] "나를 잊어주세요" 디지털 세탁

2018-12-03, 최영무 기자

"그땐 왜 그랬는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다"

한 젊은 여성은 자신의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유포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거나 다운받았다. 동영상을 보면 지인들은 대부분 알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다.

대형 포털의 경우 1∼11월 신고된 연관검색어 삭제 사유 중에서 일반인 개인 정보 노출(1만 21건) 사례가 유명인 개인 정보 노출(1778건) 건보다 6배 많았다.

개인 정보 침해는 유명인도 예외가 아니다.
연예인·정치인들도 포털 연관검색어에 올라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공인(公人)으로 살아가야 하는 직업을 택한 이들로서는 이러한 무분별한 정보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 한 포털에 신고된 연관검색어 2만 8823건 가운데 79.1%인 2만 2792건이 삭제됐고, 하반기에는 전체 신고 2만 9222건의 90%인 2만 6297건이 삭제됐다.

(사진설명: jtbc뉴스룸 '비하인드' 코너. 출처=jtbc)

삭제 의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삭제되는 건 아니고 정보통신망법 44조에 의거해서 '개인정보침해'를 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삭제가 가능하다.

연관검색어 삭제 요청 등은 절차가 복잡하지는 않다. 다만, 각 포털마다 개인 정보보호팀에서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사 정책 결정 사안에 해당하면 삭제하고, 판단이 힘든 경우 외부기관에 의뢰해서 삭제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해석에 따라 삭제가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을 하거나 재판을 통해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

검색어 몇 개만 조합하면 한 개인의 과거를 알 수 있는 디지털 정보의 시대다.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는 4천8만 명, 세계적으로는 36억 명, 이중 SNS 이용자는 25억 명이다. 이들이 온라인에서 생산한 정보와 유통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개인 정보가 지나치게 노출되고, 한번 생성된 정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생활과 직결된 인터넷 정보를 삭제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디지털 세탁소'라는 업종이 등장했다. 개인을 대신해 인터넷상 게시글이나 동영상·사진 등을 삭제해 주는 전문 업체다.

인터넷상의 공개와 연결에 지친 사람들이 '잊혀질 권리'를 찾기 시작하며 나타난 신풍속도다.

(사진설명: SBS스페셜 '잊혀질 권리' 편. 출처=SBS)

현재 디지털 세탁업을 하는 업체는 산타크루즈컴퍼니·맥신코리아 등 10여 곳 정도로 추정된다.

본인의 사생활 보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며,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남기지 않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스냅챕' SNS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사람이 메시지의 소멸 시기를 정할 수 있다. 페이스북도 메시지의 소멸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포크'를 출시했다. '스피릿 포 트위터'를 이용하면 트위트를 올릴 때 삭제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국내 기업 SK플래닛의 모바일 메신저 '프랭클리 메신저' 한국어 버전은 수신자가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면 10초 후에 대화창과 서버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잊혀질 권리' 제도화 움직임도 있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에서 생성·저장·유통되는 개인의 사진이나 거래 정보 또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개념을 말한다.

(사진설명: 미스함무라비 '제6회 잊혀질 권리' 편. 출처=jtbc)

'잊혀질 권리'와 상충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과의 균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그리고 개개인의 사생활,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설명환 칼럼니스트
설명환 칼럼니스트는 작가이자 커뮤니케이터다.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공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을 쓰고 있다. 현재 메모리카드 전문 제조기업의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국가정보기간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으로 선임되어 과학, 산업, 사회 등 분야의 현상들을 분석하고 논평하고 있다. 이메일 pr1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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