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1995년 세단 같은 편안함을 모토로 글로벌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혼다 ‘CR-V’는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2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SUV 시장에서 그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덕분에 월드베스트셀링 SUV 모델로 꼽을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 인기는 이어졌다. 혼다코리아는 2004년 2세대 CR-V 모델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수입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이듬해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수입 SUV 톱3을 달성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2004년 10월 출시 이후 2023년 5월까지 총 2만 7,967대(*CR-V 하이브리드 2,319대 포함)를 판매하며 혼다 코리아의 실적을 든든하게 견인했다.

2021년에는 혼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인 5세대 CR-V를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선보이며 가솔린 라인업에 커다란 변화를 줬다.

이번에 국내 시장에 출시한 ‘올 뉴 CR-V 터보’는 6년 만에 모든 걸 바꾼 6세대 모델로, 그동안 CR-V가 보여줬던 아이덴티티를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올 뉴 CR-V 터보’의 국내 판매가격은 4,190만 원이며, 플래티넘 화이트 펄(Platinum White Pearl), 메테로이드 그레이 메탈릭(Meteroid Gray Metallic), 크리스털 블랙 펄(Crystal Black Pearl) 총 3가지 색상으로 판매된다.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올 뉴 CR-V 터보의 외관의 첫인상은 ‘점잔’이다. 기존 5세대 모델의 경우 볼륨감 넘치는 전면부가 매력 포인트였다면, 6세대는 세련미와 심플한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적용해 매력 포인트 범위를 확실하게 늘렸다. 간단히 정리하면 캐주얼 룩에 가까웠던 5세대 모델과 달리 이번 6세대 모델은 세미 정장을 아주 잘 차려입었다.

올 뉴 CR-V 터보의 전면부는 차분하고 단정하다. 새롭게 적용된 LED 헤드램프와 블랙 프런트 그릴은 일체감을 보여주며 전면부를 더 웅장하게 표현해 준다. 또 하단 범퍼에 위치한 안개등 역시 일체감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균형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이드 부분을 보면 올 뉴 CR-V 터보의 웅장함을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전장 75mm, 휠 베이스 40mm로 크기를 키워 날렵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균형미를 보여준다. 정갈하게 뻗은 18인치 알루미늄 휠은 측면 부분의 디자인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준다.

단정한 올 뉴 CR-V 터보의 디자인은 후면으로 이어진다. 시그니처 디자인이 적용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와이드한 디자인으로 차량을 더 커 보이게 해준다. 또, 커다란 L자 디자인을 적용해 시인성을 대폭 높였다. 또, 정직한 역삼각형 몸매를 갖춘 하단 부분은 밋밋할 정도로 심플하지만, 단정한 이미지의 마침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 뉴 CR-V 터보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보면 군더더기가 없다. 얼핏 보면 심심해 보일 순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와 균형미가 높아 오랜 시간 질리지 않는 디자인 룩을 보여주고 있다.

6세대 '올 뉴 CR-V 터보' 인테리어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6세대 '올 뉴 CR-V 터보' 인테리어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델의 혼다 커넥트(Honda Connect) 애플리케이션 작동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델의 혼다 커넥트(Honda Connect) 애플리케이션 작동 모습. | 촬영-에이빙뉴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기존 세대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올 뉴 CR-V 인테리어의 변화 포인트는 확실하게 개선된 개방감이다. 전면에 직사각형 형태의 글라스 디자인을 적용, A필러와 후드 형상을 최적화해 전면 시야가 확실하게 넓어졌다. 또,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은 직선과 수평적인 레이아웃을 적용해 더 넓어 보이게 했다.

조작 버튼을 보면 혼다다운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버튼 대부분을 심플하게 구성, 운전자가 쉽고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인상적인 변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기존 5세대의 경우 센터패시아 내 자리 잡고 있어 주행 중 시인성이 그리 좋진 않았다. 이번 6세대 CR-V 모델은 대시 보드 상단에 돌출형 형태로 제작해 시인성과 조작 편의성을 모두 높였다. 또, 5세대에 장착했던 7인치 디스플레이는 9인치로 화끈하게 키웠다. 2인치 차이이긴 하지만, 각종 기능 및 내비게이션에 대한 시인성이 대폭 향상됐다. 또 측면과 하단에는 주로 사용하는 필수 물리 버튼을 적용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올 뉴 CR-V 터보에는 부족했던 편의 사양이 추가됐다. 바로 ‘혼다 커넥트(Honda Connect)’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애플리케이션 설치 시 차량 원격 제어, 상태 관리, 긴급 상황 알림 등의 다양한 기능을 먼 거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24시간 긴급 콜센터와 연계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졌다.

실내 공간도 기존 대비 더 넓어졌다. 전장 75mm, 휠 베이스는 40mm로 늘려 차체 안정성의 확보는 물론, 여유로운 실내 공간까지 제공한다. 2열 레그룸 역시 기존 대비 15mm가 확장되어 넉넉한 편이며 8단계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해 동승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트렁크의 기본 적재 공간은 1,113L로 동급 최고 수준의 적재 용량을 자랑한다.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고, 카고 플로어 리드를 2단으로 조절할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2,166L까지 확장되어 캠핑, 차박, 짐이 많은 가족 여행에도 넓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6세대 '올 뉴 CR-V 터보' 주행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6세대 '올 뉴 CR-V 터보' 주행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올 뉴 CR-V 터보의 심장은 기존 세대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터보차저 및 배기 VTEC(Variable Valve Timing & Lift Electronic Control, 가변 밸브 타이밍 리프트 기구) 기술이 적용된 1.5L VTEC 터보 엔진과 벨트 소음이 개선된 CVT 시스템을 장착했다.

엔진 제원은 기존 5세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최고출력 190마력(6,000rpm), 최대토크 24.5kg.m(1,700~5,000rpm)의 파워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CR-V 가솔린 모델 최초로 ‘3종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받아 친환경성도 놓치지 않았다.

연비 성능은 기존 5세대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복합 12.1km/ℓ(도심 11.1km/ℓ, 고속도로 13.8km/ℓ)로 꽤 괜찮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고속도로 위주로 주행한 후 계기반을 보니 공인 연비보다 약 15% 정도 더 높은 실연비를 보여줬다. (*기존 5세대 CR-V 터보 모델 : 복합 12.6km/ℓ, 도심 11.6km/ℓ, 고속 14.1km/ℓ)

이번 시승의 대부분은 고속도로에서 진행됐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하이브리드 뺨칠 정도로 우수한 NVH(진동·소음) 성능이다. 60km/h 이내의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차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숙했다. 또, 고속도로에 진입해 고속으로 주행을 해보니 동승자와 대화하는 데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가장 많은 소음을 유발하는 A 필러 부분을 기가 막히게 컨트롤했다는 것이다. 또한 하부 소음, 측면 소음 역시 역대 CR-V 중 가장 뛰어나다. 만약 소음, 진동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6세대 CR-V는 가장 확실한 정답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델에 장착된 1.5L VTEC 터보 엔진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1.5리터의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덩치가 한껏 커진 6세대 CR-V를 움직이는 것이 힘들진 않을까 싶었지만, 이는 확실한 기우였다. 1,700rpm의 낮은 영역 대에서 최대토크를 낼 수 있어 답답함 없이 1.6t의 차제를 움직일 수 있었다. 고속 주행 역시 지그시 밀어주는 힘이 나쁘지 않아 스트레스 없이 주행할 수 있었다.

맥퍼슨 스트럿(전), 멀티링크식 더블 위시본(후)의 서스펜션 조합도 흠잡을 데가 없다. 목적지에 다다라서 방지턱을 10개 정도 넘어보았는데 운전을 방해할 정도의 불쾌한 느낌은 없었다.

6세대 CR-V의 ‘첨단운전자지원체계(ADAS)’는 더 안전하고 강해졌다.

먼저 혼다의 대표적인 안전 기술인 ‘혼다 센싱(Honda Sensing®)’이 더 강력해졌다. 시야각 90도까지 확장된 광각 카메라와 120도까지 인식 범위가 확장된 레이더 시스템을 장착했다. 또, 새롭게 적용된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 Traffic Jam Assist),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Low Speed Braking Control) 기능으로 운전자는 더 안전하고 편리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ACC) 및 차선 유지 보조(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 CMBS(Collision Mitigation Brake System),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 RDM(Road Departure Mitigation System), 오토 하이빔 AHB(Auto High Beam) 등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오랜 기간 다수의 혼다 자동차를 시승하면서 느낀 공통점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갓 나온 신차를 접해도 조작이 어렵다거나, 진동, 소음으로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은 없다. 간혹 편의 사양이 부족해 아쉬웠던 적은 있었으나, 자동차의 기본기로 인한 문제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즉, 혼다 자동차는 운전자를 편하게 해준다. 이번 6세대 CR-V 역시 그 편안함을 그대로 이어와 주행 후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가솔린 VS 하이브리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6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올 뉴 CR-V 터보의 판매 변수는 외부보다 내부적 요인이 더 클 수도 있다. 기존 뉴 CR-V 하이브리드 모델의 뛰어난 성능을 확인한 국내 소비자들은 하반기 출시를 앞둔 하이브리드 모델에 더 관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연비만을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아직 6세대 CR-V 하이브리드 모델의 정확한 판매가격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5세대 CR-V 하이브리드(4,510~4,770만 원)의 판매가를 보면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뉴 CR-V 터보(가솔린) 모델의 판매가는 4,190만 원으로 5세대 하이브리드 모델과는 최소 320만 원에서 최대 580만 원의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그럼, 친환경성 및 세제, 부가적인 혜택을 제외하고 경제적인 측면만을 따져보면 어떨까? CR-V의 일반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 차이는 대략 리터당 2km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7일 전국평균 휘발유 가격은 1,572원(리터당)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1km당 19원, 가솔린 모델과 차이는 2km가 나기 때문에 약 38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19원(1km당)으로 580만 원의 가격 차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약 30만km 이상을 주행해야 하는 것이다. 2020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자동차의 연평균 주행 거리는 약 14,000km였으니 약 21년을 주행해야 해당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극단적인 계산 방법일 수 있지만, 단순히 연비,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만을 놓고 고민한다면 하이브리드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연간 주행 거리가 짧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경제적 효과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주행 패턴에 맞춘 계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것.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군더더기 없는 구수하고 담백한 성능에 실용성을 담았다! 강력한 내구성은 덤일 뿐!


2022년 10월 혼다코리아는 2010년 인사이트 모델을 구매한 후 12여 년 동안 50만 1,000km(2022년 10월 기준)를 주행한 고객에게 감사 기념품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당시 '혼다 마일리지 클럽' 2기에 참여했던 고객은 “혼자 자동차의 뛰어난 내구성에 감탄했다. 앞으로의 50만km도 거뜬하게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매우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일본 브랜드가 국내 시장서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내구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유럽 브랜드에 겪은 불편한 AS, 잔고장 등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돌고 돌아 일본 브랜드에 안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혼다 코리아에 있어 CR-V는 ‘어코드’ 모델과 함께 전체 판매량을 견인해 줄 중요한 모델이다. 그래서 6년 만에 돌아온 CR-V의 변화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6세대 CR-V의 평가와 성적이 이후 나올 신차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6세대 올 뉴 CR-V를 보면 우직한 돌직구가 떠오른다. 잔고장에 지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지저분한 기교 없이 탄탄한 기본기와 품질이라는 직구만으로 사로잡을 테니 말이다.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델의 트렁크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6세대 '올 뉴 CR-V 터보' 모델의 트렁크 모습. | 제공-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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