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모습 | 촬영 - 에이빙뉴스

우직하고 듬직한 겉모습에 부응하는 튼튼함, 그리고 유려한 퍼포먼스의 볼보 XC40은 2017년 등장한 직후로부터 글로벌 시장을 강타, 자동차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볼보 XC40은 출시 이듬해인 2018년, 볼보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에 등극하는 영예를 누렸고, 20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유럽 럭셔리 콤팩트 SUV 판매 1위 기록을 사수하며 볼보자동차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XC40은 브랜드 SUV 라인업을 완성하는 볼보의 마지막 한 수라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다. 볼보자동차가 2015년 선보인 대형 SUV인 ‘XC90’은 기울어 가던 볼보의 가세를 회복하는 데 가장 큰 몫을 했고, 2017년 중형급으로 체급을 높인 ‘XC60’도 흥행 가도에 동참하며 브랜드의 부활을 뒷받침했다. 이후 마지막으로 준중형 SUV의 자리를 꿰찬 XC40 역시 형들 못지않은 성능으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2018년에 국내 시장에 상륙한 XC40은 먼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고, 그 영향은 국내까지 이어졌다. 출시 이후 4년 여가 지난 올해 상반기까지도 누적 집계 1,077대로 꾸준한 판매고를 올렸고, 이로써 국내 럭셔리 콤팩트 SUV 판매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랐으니 말이다. 

이에 2030년까지 브랜드 모델의 전면 전동화를 추진 중인 볼보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라는 격언을 실천하듯, 자사 첫 전동화 모델로 C40과 함께 XC40을 낙점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XC40 리차지(Racharge)’는 공격적인 전기차 라인업 확대 공세에 날개를 달아줄 순수 전기차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주행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주행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XC40 리차지의 실물을 접했을 때 첫 소감은 ‘정말 볼보스럽다’라는 표현으로 간단하게 정리됐다. 전기차 전용 그릴, 단단함, 클래식과 모던의 경계를 넘나드는 곡선과 직선의 조합으로 독자적인 매력을 갖췄다. 반면, 한 발 앞으로 다가갔을 때 친근한 높이와 너비가 주는 체감은 콤팩트 SUV라는 차량의 정체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부드럽고 중후한 품격을 풍기는 가죽 시트, 그리고 흰색 스티치와 피요르드 블루 마감으로 색다른 조화를 이뤘고, 볼보라는 브랜드가 유래한 스웨덴, 더 넓게는 스칸디나비아의 독특한 색채를 담아 개성을 꾀한 모습이다. 나아가 실내의 너비도 부족하진 않았으나, 규격상 한계에서 오는 2열의 좁은 레그룸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희생의 대가였을까. 트렁크의 적재 공간은 준중형답지 않은 여유를 자랑한다. 452ℓ의 트렁크 공간과 함께 2열 석 폴딩 시 1,328ℓ라는 널찍한 공간이 펼쳐져 요즘 트렌드인 ‘차박’ 데이트를 위한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다.

운전석으로 들어서면, 일단 시동을 거는 방법이 독특하다. 내연기관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다소 이질적일 수 있다. 폴스타 전기차에 적용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전진으로 전환하면 그 즉시 이동 준비를 마치는 방식이다. 기어 시프터에서 손을 멀리 떼지 않고 빠르고 조용하게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이 처음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금방 익숙해지면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인테리어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인테리어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XC40 리차지의 참된 가치는 주행 성능에서 나타난다. 두 개의 전기 모터와 사륜구동 시스템의 조합으로 최대 408마력, 최대토크 67.3kg·m에 달하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갖췄다. 특히 빠른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선 4.9초에 불과한 ‘제로백’ 성능이 빛을 발하는데, 내연기관차 대비 출력이 미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단숨에 지워버리는 파워를 보여준다.

이렇듯 강력한 출력과 전자식 스티어링 휠이 선사하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조향은 운전의 재미를 더해줬다. 코너링, 차선 변경 등의 상황에서 운전자의 의도를 저항 없이, 그대로 반영해 차량을 움직이게 하는 승차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운전석에 오른 모든 순간, 마치 XC40 리차지와 ‘일심동체’가 되어 움직인다는 상쾌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전기차 특유의 ‘꿀렁임’ 증상을 최소화한 기술력도 엿보였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주행할 때, 일반적인 전기차는 회생제동에 수반되는 메커니즘으로 차체의 흔들림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곧 승차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XC40 리차지는 계기판의 알림이 아니면 회생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지속한다.

운전자 주의력을 보조하는 드라이버 어시스턴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확성으로 만족감을 선사했다. 좌우 차선의 차량이 가까워지면 사이드미러로 경고등을 점등해 안전한 차선 변경을 돕고, 앞 차량과의 거리, 주행 속도를 고려해 제동이 필요한 시점을 시청각적으로 안내해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XC40 리차지에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를 집약한 볼보의 ADAS 시스템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또한, 후진 시 후방에 장애물을 감지하면 차량이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 주행 중 차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보조 기능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반응 속도를 보여줬다. 이와 같은 경험은 초보 운전자의 안전한 이동과 주차를 가능케 하고, 단기간에 비약적인 운전 실력 상승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 최적화된 XC40 리차지의 ‘커넥티비티’는 볼보가 국내 시장에 얼마나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볼보와 SKT가 공동 개발했다는 T맵 인포테인먼트는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와 같이 간편한 사용성을 특징으로 한다. ‘아리야’라는 호출 명령어로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은 물론, 필요에 따라 이동 중 충전소를 자동 경유하도록 하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더불어 음성 명령을 통한 차량 공조 시스템의 즉각적인 설정으로 운전 중 주의력을 흐릴 여지를 최소화하고, 스마트홈 시스템에도 접속해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의 원격 제어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외에도 배터리 잔량과 잔여 주행거리, 도착 시 예상 배터리 잔량까지 표시하는 등, 다방면으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이렇게 장점만 나열하자면 팔방미인이 따로 없겠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사는 부분은 다름 아닌 주행거리다. 1회 완전 충전 기준으로 국내에서 인증된 XC40 리차지의 항속거리는 337km. 아주 부족하진 않지만 풍족하다고도 못 할 ‘애매함’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충전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충전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그러나 이는 비슷한 차급의 경쟁차종을 살펴보면 이해 가능한 수치이기도 하다. 우선 비슷한 세그먼트로 한 데 묶이는 렉서스 ‘UX 300e(233km, 이하 국내 인증 기준)’, 메르세데스-벤츠 ‘EQA 250(306km)’, BMW ‘iX1(310km)’ 등의 차량보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에선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행 거리의 아쉬움은 빠른 충전 속도로 달랠 수 있다. XC40 리차지는 급속 충전 기술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 약 40분 만에 충전 가능하며, 실내 난방에 대한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는 히트펌프와 출발 전 차량 온도를 최적화하는 프리-컨디셔닝 옵션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충전에 대한 번거로움, 에너지 효율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자 한 볼보의 고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파워트레인과 시스템 구성 등을 고려한 가격경쟁력은 상당히 강력하다. 트윈 얼티밋(Twin Ultimate) 단일 트림으로 출시된 XC40 리차지의 국내 가격은 6,388만 원으로, 보조금 혜택을 가정하면 약 5,000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콤팩트 전기 SUV를 찾는 이들의 시선이 XC40 리차지에 쏠리는 이유는 여러모로 탄탄한 기본기와 함께 차량의 요소들이 갖춘 균형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의 듬직함과 준수한 퍼포먼스, 특유의 디자인이 주는 의외의 귀여움이 어우러져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주행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XC40 리차지(Recharge)' 주행 모습 | 사진 제공 - 볼보자동차코리아

더불어 XC40 리차지는 아직 공도가 무서운 초보들에게도 상당히 친화적인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미숙함에서 오는 좁은 시야와 부족한 대응을 보조하는 안전·편의 기능은 운전에 대한 부담,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볼보의 헤리티지를 대변하는 인간 중심(Human-centric) 철학은 햇병아리 운전자들까지 제대로 굽어살피는 자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1~2년 차 기자 대상의 시승 및 교육 행사 ‘리차지 데이(RECHARGE DAY)’를 기획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정신에 대한 믿음 덕분 아니었을까.

하나같이 짧은 운전 경력 보유한 이들에게 서울 한복판에서부터 김포까지, 무려 왕복 70km의 코스로 자신들의 차량을 맡긴 데엔 큰 용기와 담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심지어 안 막히는 순간이 없다는 그 올림픽대로를 거치는 코스, 국지성 호우에 항시 젖은 도로 노면 등 악조건 속에서도 XC40 리차지는 편안한 주행 경험만을 남겨주었다. 돌이켜보면 근거가 분명한 자신감이었다.

스트레스와 변수로 가득한 도로 위에서 볼보의 기술과 섬세함이 안겨주는 편안함은 XC40 리차지의 가장 확실한 무기가 될 것이다. 초보자의 운전 실력을 일취월장(日就月將)할 수 있는 파트너로선 이만한 모델이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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